감정적인 반응이 무조건 나쁜건가요?

때때로 전 이성이라는 게 감성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이상합니다.
왜냐하면 제 경험상 어떤 사안이 닥쳤을 때 그것을 머리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먼저 가슴으로 받아들이기가 더 쉽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성이 감성이라는 순수한 화합물이 덧칠해진 자신의 생각을 몇번이나 정제하고 나야
작용할 수 있는 2차적 성분이기 때문에 즉물적인 감성보다는 좀더 다듬어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말을 하실수도 있겠습니만. 감성과 이성 어느 하나에 무게를 둔다는 것도 좀 우습네요.

사실 이성이라는 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벌어지는 일상다반사들을 좀 더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부당한 요구사항을 저에게 던졌을 때
1차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이 개쉐가 누굴 호구로 아나?"같은 지극히 감정적인 반응이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따위로 반응을 하게 되면 방바닥에서 벽지 디자인이나 하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성이라는 2차 기제를 작동시켜
감정을 정리하고 분석하면서 대처해 나가는거죠.

근데말이죠.
개인적인 일상사에선 이성이 좀 더 우선시되어야 합니다만,
공적인, 그것도 모두가 공분을 일으킬만한 일에 대해서도
이성적 기제를 작동시키(는 척을 하)며 현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게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혹은 즉물적인 반응보다 좀 더 나은 건가요?

요즘 이슈가 되는 촛불집회가 그렇습니다.
보기만해도 열뻗치는 장면을 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대고
쌍욕을 해대는 많은 분들의 감정이 단지 감정과잉의 마녀사냥 내지는
일종의 광기로 치부되어야 하는 건가요?

전말이죠. 이런 국가적인 사항에 대해선
때론 감성이 이성보다 우선되길 원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일들은 정말 우리가 분노해야 하고,
이 분노가 동력이 되어서 행동해야만,
뭔가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생각해보세요. 감성의 가장 극단적인 분노를 우리가 표출하지 않았으면
돼먹지도 않은 시시껍절한 쇼라고 해도,
명박이가 고개를 숙이고, 김종훈이 미국에 가서
띵깡을 부리는 짓이라도 했을까요?

전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이성적인 잣대를 구현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건 제 취향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_-)
이성적인 잣대를 구현하는 사람들은 당면한 이슈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습니다.
대부분 이런 사람은 이성을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그 상황에 뛰어들더라도 그 상황에 동화되기보다는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러니 같은 촛불시위에 참가하더라도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보다는
그 사람들을 평가하기 때문이죠.

이런 점에서 전 이런 시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해서 그들을 마치 광란의 감정에 휩싸인 사람들 취급하면서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보려는 소수의 사람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자기들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라고 하면서 내놓는 근거가
반대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지극히 주관적인 근거거든요.
단지 태도나 글이 이성적으로 보인다고 해도
그건 어차피 그 사람이 생각하는 이성적인 글입니다.
그런데도 단지 이성적으로 보이는 글의 외연때문에 행간의 주관적인 감성은 쓰윽 무마시켜버리는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어차피 이 두 의견은 절대 서로를 설득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저 받아들여야지 어쩌겠습니까.

한가지 덧붙이자면 제가 그 사람들을 싫어하는 건
이성이 아니라 제 감정에서 나온 겁니다.
그런데 왜 그걸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관점에서 비판하라는 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무리 봐도 그 두 사람말고는 언급한 사람이 없는데
왜 욕을 먹었다고 펄펄뛰는지 모르겠네요.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_^

혹시나 혼자서 뒷짐 지고 운운..이 거기에 해당하는 겁니까?
그렇다면 이성을 중요시하는 분이 단순히 제 감정적인 반응을
주관적으로 평가해서 해석한 게 아닌가 싶네요.
(이성적으로 생각하세요. 전 언급한 적 없어요. ^_^)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때론 행동하는 감성이 잠자고 있는 이성보다 낫다는 말입니다.








by jules | 2008/06/27 03:05 | 나의미스터리한일상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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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푸옹이 at 2008/06/27 03:11
마지막 말에 공감합니다... 이성이라면 50일간의 촛불 시위를 지켜내지 못하고 진작에 포기했을지도...
Commented by jules at 2008/06/28 09:00
그렇죠. 때로는 감정이 이성보다 더 큰 힘을 갖는 것 같아요. (끄덕끄덕)
Commented by LaJune at 2008/06/27 03:19
묘한 것이 시스템보다 알아서 하는, 그러니까 눈치껏 살펴서 윗사람 감정, 상대의 감정 맞춰주는 걸 중시하는 평상시 생활의 반감인건지 정작 '감정에 대한 배려'를 해야할 순간에 '공적'이고 '이성적'인 언동을 '상대에게'만'' 요구하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고요. -_-;
Commented by jules at 2008/06/28 09:01
그러게 말이죠. 사적인 것에 이성적인 건 쪼잔해보이고 공적인 것에 이성적인 건 왠지 멋있어 보이나봐요. 저야 항상 사적이거나 공적이거나 감정적인 사람이라.. -_-
Commented by blus at 2008/06/27 03:34
지성이라는 것은 이성과 감성이 모두 갖춰졌을 때, 비로소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만 가지고 행동하지 아니하고 성찰없이 행동만을 하는 이는 지성인이 아니겠지요.
Commented by jules at 2008/06/28 09:02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 두가지의 조화가 쉽지 않다는거죠.
Commented by 쎌★ at 2008/06/27 16:57
동감합니다. 저는 감성을 무의식중에 억누르며 이성에 더 자리를 많이 내주는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이지만 이런 제가 시험에 과제에 다 내팽겨치고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발만 동동 구르다 결국 뛰쳐나가 부모님을 설득하며 자기 자신을 설득하며 내가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를 납둑한 것도, 결국 가장 큰 원인은 감성이겠지요...
Commented by jules at 2008/06/28 09:02
그러셨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돈버는 일이라 쉽지가 않구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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