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근황 - 식탐의 나날들, 동물의 숲, 가는말이 고와야 오는말이 고운 거 아니겠어, 세익스피어의 모든 것

0. 속이 쓰린 관계로 주문했던 아폴리나스 탄산수를 옆에 끼고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사실은 원고를 써야하는데 귀찮구나.. 벌렁..)
요즘은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것을 냠냠거리며 먹고 다녔다.
혼자 먹는 것도 즐기는 편이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그 맛이 배가 되는 건 당연하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말이쥐.. 편집일을 할때도 혼자서 이렇게 거하게 잘먹는다.
(두부보쌈정식인데 보쌈만 찍었다.. -_-)


오랜만에 서울로 올라온 미옥이와 에베레스트에 가서 카레를 먹었다.
일요일 오후인데도 사람이 장난아니게 많아서 한 20분 정도 기다려서
겨우 자리를 잡았다. 일단 주문한 건 딸기 라시와 바나나 라시.
시큼한 맛이 강하지만 맛있었다.


기본 난인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두 번이나 시켜먹었다는... -_-


시금치 커리. 미옥이는 꿀꿀이 죽같다고 평했지만 나중엔 맛있다고 하더라.
다소 비호감의 겉모습과 달리 양젖치즈도 들어가 있고 커리향이 강하지 않아서
거부감 없이 맛있게 냠냠했다.


탄두리 치킨. 기름기가 빠져서 퍽퍽하긴 했는데 미옥이는 입맛에 맞는다고 하더라.
나 역시 조금 퍽퍽한 느낌을 제외하고는 맛있게 잘 먹었다.
다만 배가 불러서 좀 남겼다. (어이구, 아까워... ㅠ.ㅠ)


화요일은 아부지, 동생 커플과 함께 압구정 78다이닝에 갔다.
레뷰에서 받은 유린기 무료 쿠폰으로 가족끼리 외식을 나간 것이다.
장소는 압구정 한양아파트 상가 2층이었는데
본래 이곳은 청담동이 본점이다.
가격은 단품요리는 1만원대에서 5만원대까지,
식사류는 4천원에서 8천원까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였다.
아무리 압구정이라고 해도 아파트 상가 단지다보니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사진은 유린기. 1만8천원인데 4명이서 먹기엔 조금 모자란듯.
달달하면서도 알싸한 소스와 튀긴 닭고기가 버무려져 나왔다.
동생 커플이나 나는 잘 먹었는데 아부지는 닭고기를 싫어하셔서
그런지 많이 드시지는 않았다.


식사로는 아부지와 동생은 자장면을, 은하는 해물탕면을, 본인은 게살 비빔밥을 시켰다.
자장면이야 자장면 맛인데 해물탕면은 해물도 푸짐하게 들어갔고 국물도 진해 맛있어 보이더라.
게살 비빔밥 역시 깔끔하고 맛이 좋았는데 다만 곁들여져 나오는 국물이 조금 짰다.


보라! 진한 국물속에 살포시 숨겨진 해물의 자태를! 헥헥!
다음번엔 꼭 저걸 시켜보리라!~
(금요일에 해리한테 뻥쳐놓은 게 있어서 꼼짝없이 또 가야 한다.. -_-;;)


나의 뎀셀브즈 사랑을 미옥이도 이어받았다.
오렌지 에이드와 함께 주문한 딸기 케이크.
호호호.. 언제나 그렇듯 맛있다.
특히 이 케이크는 몇 년 전부터 계속 보아왔는데,
아마 뎀셀브즈의 스테디셀러인 듯 싶다.
그러고보니 미옥이랑 수다떨다 배고파서 삼청동 가는 길에 있는
호호 분식에서 라면을 시켰다.
문제는 라면을 먹고나니 돈이 어딨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카드 안 되나요?" 그랬더니,
아주머니의 벙찐 얼굴...
미옥이는 망신스러웠다면서 아무데서나 카드 좀 내지말라고 타박을 했다. -_-;;;

1. 그리고 화제전환 (띠로롱~) 가족끼리 78다이닝에서 밥을 먹은 뒤 코엑스에 갔다.
반디 앤 루니스에 들러서 아부지가 읽고 싶다는 책을 한 권 사드린 뒤,
아부지는 집에 가시고 나와 동생 커플은 메가박스 옆의 커피빈에서 한참 수다를 떨었다.
무엇보다 오늘의 수확은 동물의 숲에서 서로의 마을 놀러가기 미션을 성공했다는 것!
은하가 물건을 사준 덕에 드디어 내일이 지나면 백화점이 생긴다! (덩실덩실!~)

2. 얍실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철저한 기브앤테이크를 고수하는 인간이 본인이다.
이 원칙은 말에도 해당되는 데,
나한테 오는 말이 고우면 상대한테 가는 내 말도 곱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날 빡돌게할 정도로 재수없는 말을 던져서
내가 꼭 쌍시옷을 붙이게 하는 것들이 있다.

오늘도 그러했는데 동생 커플은 메가박스에서 추격자를 본다고 해서 헤어지고
본인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오늘 첫 공연을 하는 세익스피어의 모든 것을
보러 광화문으로 왔다.
일단 표를 교환하고 화장실에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있길래 줄을 섰다.
한데 난 몰랐는데 뒤에 먼저 온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본래 나라는 애가 둔감한데다 뭔 생각에 잠겨있으면 주변 상황을 파악 못한다.. -_-)

이럴 때 그 사람이 "제가 먼저 왔는데요."라고 얘기한다면
나 역시 "앗, 죄송합니다."하고 뒤로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깔끔하게 정리되고 끝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대뜸 날 밀치면서 하는 말이
"아, 사람 있는데 줄 좀 똑바로 서지."
이러는 게 아닌가... -_-+
자고로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을 수 있고,
아와 어가 다르고, 흥과 헝이 다르고, 뿡과 뽕이 다른데
어디서 처음 본 듣보잡 개쒸레기 같은 뇬이
나에게 시비를 걸고 쥐랄이야!
이렇게 본인 대가리의 프로그래밍이 작동되면 나 역시 반말 바로 나온다.
"*발, 뒤에 줄 섰으면 섰다고 얘기하면 되는거지,
이게 어디서 시비를 걸고 쥐랄이야!"라고 상큼하게 질러주셨다.
그랬더니 바로 주둥아리를 닥치시더라.
거기다가 더 웃긴 건 동시에 세 명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바람에
앞, 뒤 먼저 온 걸 따질 겨를 없이 나랑 그 뇬이 한꺼번에 화장실에 들어갔다는 말씀.
(뭐냐구, 도대체... 조금만 참으면 다 해결되는 건데 말이쥐... 젠장.. -_-)

3. 이렇게 초반에 불쾌한 일이 있었지만,
오늘 본 세익스피어의 모든 것은 너무너무 재밌어서 강추를 날리고 싶다.


상당히 엽기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세 명의 주연 배우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연극은 37개의 세익스피어 작품을 다양하고 코믹하게 변주해서 90여분간 소개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세익스피어 연극이다.
(예를 들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무어(흑인) 오셀로' 이야기를
흑인 풍의 랩으로 소개한다던지, 헨리 5세, 리어왕, 리차드 2세등
왕위 찬탈과 관련된 역사극들을 왕들을 축구선수로 왕관을 축구공으로 치환시킨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로 만들어 스포츠 중계로 전환해서 소개하는 식이다)

재미있는 건 세익스피어 극이다보니 배우들이 당연히 영국인들일 줄 알았는데,
모두 호주인이었다는 점이다. (본인의 선입견이 작용한 점은 인정한다)

어쨌든 기발한 아이디어와 한국어를 중간중간 넣으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점.
(특히 이즈라 아저씨의 텔미 댄스는 백미였다!)
긴 시간동안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박진감있게 극이 진행된 점은
정말 칭찬할 만하다. 스펠링 비에 이어서 선택한 연극이 굿 초이스여서 아주 만족했다.
흐흐흐...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 절대! 지루한 세익스피어 연극이 아니다!
그러니 꼭 보시길!

by jules | 2008/02/27 01:39 | 나의미스터리한일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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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08/02/28 12:33
저는 왜 보쌈을 회라고 착각했을까요... 이 넘의 생선 집착증 ㅡㅡ;;
Commented by jules at 2008/02/28 22:37
달을향한사다리님// 어이구, 회요! 좋죠! 다만 비싸서.. 쿨룩...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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