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럽지만 감동스런 여자의 일생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어릴 적 제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찌질하다고 느껴졌던 책은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남편이라는 작자는 돈과 여자에 환장한 인간이죠,
(나중에 백작 부인과 바람피다 들켜 백작한테 살해당하는데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_-)
아들이라는 놈은 탈선을 거듭하면서 여주인공의 속만 디립다 썩이다
나중에 자기 자식을 무책임하게 맡겨놓고 달아나니...
이건 뭐.. 책 읽다 화병나기 딱 좋은 줄거리죠.


그런가운데 이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줄거리를 봤는데..
아놔나.. 이건 뭐... 20세기 <여자의 일생>이니.. -_-
그래서 한 스무번정도 망설이다가 결국 어제 보고말았습니다.
보고난 감상은... 오매, 이렇게 좋은 영화가 다있냐... 입니다.

길어서 접습니다


영화는 대강 이렇게 시작합니다.
꿈이나 희망이라곤 없는 쇼라는 젊은이는 우연히 아버지의 요청으로
자신이 알지못했던 마츠코라는 고모의 아파트에서 유품을 정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언제나 허둥대고 뭔가 어설프고 지저분하고 시끄러워
주위사람들에게 혐오스런 마츠코로 불렸던 고모의 일생을 알아가는 거죠.

(마츠코를 아껴주는 유일한 친구인 포르노 영화사 사장과 쇼 -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쇼는 고모의 숨겨진 삶을 알게되는 동시에
진한 키스와 사장의 최신 포르노 영화 dvd를 선물받습니다. ^_^ )

물론 처음엔 쇼 역시, 마츠코 고모를 혐오하고,
참으로 별볼일 없는 인생을 살았구나하고 생각하지만,
점차 주변 사람들의 증언과 고모의 유품을 통해 그녀를 알아가면서
사실은 그녀가 어느 누구보다 정열적이고 남을 위해 아낌없이 베푸는 삶을
살아갔다는 걸 알게 됩니다.

겉으로 보기엔 마츠코의 인생은
정말 재수가 없어도 어찌 저리 없을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전락합니다.
사랑받던 중학교 교사에서 한순간 도둑으로,
살인자로 몰리는 걸 보면 황당할 정도지요.

(신의 손을 가진 마사지 걸로서의 짧은 전성기를 누릴때의 마츠코)

(결국엔 살인자로 감옥생활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절망속에서도
언제나 사랑을 갈구하고,
자신에게 애정을 보여주는 사람에겐 역시 아낌없이 자기를 내줍니다.
자신을 때려도 죽이려해도 함께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는 마츠코의 절규는
그녀의 외롭고 아픈 마음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알려주면서 눈물을 자아내게 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언제나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마츠코를 보노라면,
그녀가 누구보다도 치열한 일생을 살았고,
결코 자신의 사랑과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갔다는 공감과 가슴찡한 감동을 관객에게 전해줍니다.

여기에 화면 가득 물드는 화려한 원색과 밝은 엔카풍의 노래로
마츠코의 혐오스런 일생을 참으로 아름답게 채색해주는
감독의 역량은 정말 대단합니다.
(참고로 이 감독의 전작 역시
유치찬란컬러풀 영화인 <불량공주 모모코>입니다.. ^_^)
또한 여주인공으로 몸을 사리지 않으면서
비운의 여자를 경쾌하고 감동적으로 연기해낸
나카타니 미키의 연기는 가히 최고입니다. ㅠ.ㅠ)b

여기에 마츠코가 사랑하는 남자에 따라 화면 전체의 칼라가
미묘하게 변하는 걸 보는 것도 재미입니다.


(재능은 있으나 폭력적인 작가와의 사랑은 황색톤으로)

(작가가 자살한 뒤 그 친구와 불륜을 저지를때는 녹색으로)

(단 한 번 행복해질 수 있었던 이발사와의 사랑은 핑크색으로)

(그녀의 인생을 수렁으로 몬 장본인인 류와의 사랑은 보라색으로 표현됩니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인생에서 바란 건 단 한가지,
자신이 외출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잘 돌아왔어"라며
자신을 반겨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녀는
짓밟아도 향기를 뿜는 꽃처럼
그렇게 피어났다 사라졌습니다.

때때로 우리 인생 역시 우리가 바라는 걸 이루지 못하고
절망에 빠질때도 있지만
그래도 눈물을 닦고 밝게 미소지었던 마츠코처럼
그렇게 살아간다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1. 영화 속 등장인물은 모두 주인공급의 스타인지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무엇보다 조카 쇼는 바로 노다메 칸타빌레의 미네군입니다. 흐흐흐.. 귀여워요.. ^_^

2. 원작자인 야마다 무네키는1998년 <직선의 사각>이라는 작품으로
요코미조 세이시 상을 수상했는데요.
이때 심사위원단 중 한 명인 유명 작가 미야베 미유키에게
'당신은 여성의 심리를 잘 모른다’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자극받아 심기일전해 집필한 작품이 바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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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es | 2007/04/20 01:14 | 문화스폰지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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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basyLover at 2007/04/20 01:25
모모코 재밌게 봤었는데... 저것도 한 번 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히카리 at 2007/04/20 01:31
와아. 웃기고 재밌을것 같아요+_+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4/20 11:04
그런데 결말은 왠지 미야베 미유키스럽다고 할까요? (스포일러를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jules at 2007/04/20 11:04
BbasyLover님// 모모코.. 참 재미있죠. ^_^ 이번 영화 마츠코에선 모모코보다 몇 배 더 재미나 화면 구성면에서 더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아요. 정말 추천합니다. ^_^

히카리님// 웃기고 재미있는데다 가슴까지 찡하게 만들어요. ㅠ.ㅠ 특히 마지막 엔딩에서 왜 그리 슬픈지.. 눈물이 저절로 나더군요.. 제 옆의 여자분은 거의 계속 훌쩍거리며 울더라는.. ㅠ.ㅠ
Commented by jules at 2007/04/20 11:06
행인1님// 으흠, 그러고보니 좀 그렇긴 하네요. 사실 이 작가가 미야베 미유키에게 자극을 받아 쓴 소설인지라 은근히 그녀의 스타일을 따라간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런지 원작소설은 굉장히 무거운 느낌이라고 하던데요, 하지만 영화는 정말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나름대로 진지한 내용까지 살려냈다는 평을 듣고 있어요. 저도 영화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_^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07/04/20 16:06
보고 싶긴 한데, 당장은 아니구, 나중에 맘이 아주 가벼울 때 봐야겠어요. 경쾌한 부분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때...
Commented by jules at 2007/04/22 10:01
달을향한사다리님//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내리기 전에 꼭 보세요! ^_^
Commented by 행복해 at 2007/04/23 22:08
영화의 형식도, 내용도, 최고였어요!!! ㅠ.ㅜ
Commented by jules at 2007/04/24 23:00
행복해님// 아아, 정말 좋았죠... ㅠ.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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