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맨날 시사관련 뉴스나 올리다보니 본래의 블로그 정체성을 잊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래서 목요일엔 후배와 큰맘먹고 줄라이에 갔습니다.
마침 아프레 미디에서 살 것도 있고
줄라이가 새롭게 변신했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모처럼 들뜬 기분으로 감상했습니다.
1. 언제나처럼 입구에서 친절하게 안내를 받고 들어갔습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공간을 나눠서 파티션을 쳤다는 점인데요.
덕분에 탁 트인 느낌은 다소 줄었지만
일행과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조금 더 아늑해졌습니다.
오히려 전 밥을 먹으면서 후배랑 수다를 편하게 떨 수 있어 좋았습니다.
분위기에 어울리는 차분한 테이블 센터피스.
초록색 국화와 보라색 아스트로메리아 덕분에 살짝 우아한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가 오늘 맛 볼 코스는 데일리 5 런치 코스.
가격도 35,000원으로 (물론 tax는 미포함입니다만) 저렴한 편이에요.
또 이보다 더 간단한 코스로 좀 더 저렴하게 나오는 익스프레스 런치 코스도 있어서
선택의 폭이 다양합니다. ^-^
차분한 분위기의 실내 내부. 밖에선 비가 오고 센티멘털한 샹송과 재즈가 계속 흘러나와서
왠지 외국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우선 아뮤즈 부쉐로 나온 계란과 야채.
계란은 노른자는 반숙, 흰자는 살짝 투명할 정도로만 익혀서 너무 예뻤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토마토 소스(?)맛이 나는 다양한 야채가 숨어있었는데 참 맛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깜짝 놀란 건 소스에요. 바로 갈릭 거품 소스.
마늘향이 코끝을 자극하는 것이 일반 아뮤즈 부쉐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어요.
약간은 모험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새콤한 소스와 마늘 거품 소스가
의외로 입맛을 산뜻하게 해줬습니다.
다음은 문어쉐비치 샐러드. 이번엔 새콤한 거품소스가 쓴맛이 강한 야채들과
살짝 데친 문어를 부드럽게 감싸주고 있었습니다.
워낙 문어를 좋아하는데다 발사믹 소스의 새콤한 숨김맛에 흐뭇해져서 맛있게 냠냠.
문어는 칼로 썰때는 살짝 질긴 느낌이었는데 막상 입에 들어가니 쫄깃쫄깃 식감이 좋더군요.
(제가 턱관절 장애가 있어서 오징어도 잘 못먹는데 전혀 걱정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_^)
거품속에 숨겨진 다양한 야채와 문어, 토마토의 조화가 최고! 끼욧! >.<)/
다음으로 나온 건 자연산 숭어구이.
아래는 버터로 볶은 시금치가 깔려있고 조개 거품 소스가 덮여져있습니다.
(베이컨 맛은 잘못 느꼈어요. ^_^;;)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숭어를 먹을 수 있어서 우앙, 크, 해피해피를 외쳤습니다.
특히 껍질은 바삭하게 살은 촉촉하게 구워져 다양한 맛을 즐겼다는...
거기다가 조개 소스가 끼얹어진 조개 관자는 짭쪼름하면서도 신선한 맛을 느끼게 해줬어요. 하아...
좀 더 클로즈 업을 해봤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껍질부분만 바삭하게 구웠고 안으로 갈수록 촉촉하게 육즙이 배어나올 정도로
절묘하게 요리가 되었습니다. (쉐프님, 대단하시다는...)
버섯소스를 끼얹은 오리가슴살. 그리고 버터로 볶은 시금치와 토마토, 마늘쫑이 사이드로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리 고기를 잘 안 먹는데 이번엔 별 거부감없이 먹었어요.
맛은 프와그라보다는 약하지만 진하고 고소해서
담백한 닭고기나 칠면조 고기보다는 확실히 포만감을 주더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버섯 소스보다는 무화과 소스같은
살짝 달콤한 소스가 좀 더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맛은 최고였어요.
같이 간 후배가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_^
무엇보다 닭고기의 퍽퍽함과 달리 오리 가슴살은 칼을 대고 자르는데 살짝 힘이 들 정도로
탄력이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입에 들어가면 육즙이 좌르르 흘러서 아잉... (퍽!)
줄라이의 강점은 요리만큼이나 뛰어난 디저트에요.
오늘의 디저트는 산딸기 무스를 얇게 카스테라로 둘러싼 케이크와
달콤한 아이스크림, 과일입니다.
흑흑, 저 안에 숨어있는 산딸기. 느무 맛있었음당.
마지막으로 음료와 나온 디저트들.
후배는 홍차, 저는 민트차를 시켰는데 상쾌하게 입안을 씼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민트차 추천해요!
사진에 나온 건 딸기쿠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뻤습니다.
이거는 초콜렛 쿠키. 바삭하면서도 살짝 씁쓸한 맛이 참 좋았아요.
전반적으로 줄라이의 요리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깔끔한 코스였습니다.
먹으면서 담소를 즐겼더니 식사시간이 2시간 정도 걸렸어요.
평상시 밥먹고 이동해서 커피를 마시면 보통 그 시간 정도 걸리니까
줄라이에서 친한 친구들과 즐거운 식사모임을 해도 좋을 듯해요. ^_^
무엇보다 제가 맘에 들었던 건
쉐프께서 소금을 통해 재료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내셨다는 점이에요.
사실 부띠크 블루밍을 제가 좋아하긴 하지만,
부띠크 블루밍은 어쩔때는 소금이 주가 될때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부띠크 블루밍의 광어 카르파쵸의 경우,
그냥 먹는 것보다는 사이드에 나오는 레몬 소금을 먹어야
좀 더 음식을 완벽하게 즐길 수가 있답니다.
하지만 줄라이는 소금을 사용하지만
딱 재료가 가장 맛있을 수 있는 만큼만 적절히 사용하고 계세요.
다시말하면 부띠크 블루밍은 요리와 소금이 공동 주연이라면
줄라이는 요리는 주연, 소금은 조연이 되는거죠.
저야 워낙 두 군데 모두를 좋아하니까
둘 다 칭찬하고 싶습니다. ^_^
하지만 제가 요즘 결석이 걸린뒤로는
조금 심하게 짭짤하다 싶은 부띠크 블루밍보다는
줄라이에게 살짝 맘이 기울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_^